그리운 우백에게

2010.05.17 22:25

우리의 친구 두산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故변우백 2주기 추모식에서 읽은 편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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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우백에게

우백아, 벌써 2년이 흘렀다.

네가 떠나던 날, 너무 놀라서 도무지 믿기지 않던 2008년 5월 16일.

그날 상영이의 전화를 받고도 나는 그냥 장난 전화라고 믿고 싶었어.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산업재해를 당하는 수많은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에 함께 분노했고, 노동운동을 하던 시절엔 우리 곁에서 죽어가는 동료들의 모습에 울분을 터뜨렸던 우리였는데. 네가 떠나고 그제서야 알았어. 세상은 훨씬 더 차갑고 노동자의 절망은 훨씬 더 깊다는 것을.

시간이 멎은 것만 같았는데 365일, 그리고 또 365일이 지나갔구나. 그리고 나는 밥벌이를 위해 아이들이 읽을 책을 만든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이렇게 슬프고 어둡고 절망적인 현실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할까.

하지만 나는 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故배달호 열사의 죽음을 제 가족의 일인 양 가슴아파하며 밤을 지새우던 너. 이라크 전쟁이 일어났던 그해, 촛불을 들고 공장 앞에 서있던 너. 이름 없는 들꽃이 봄 햇살에 아름다움을 뽐내며 들판에 향기를 가득 피우듯, 네가 없는 5월의 하늘에도 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파랗게 멍이 든다.

가끔씩 내 삶이 비루하다고 생각될 때면, 그래서 지쳐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면 책장 한 켠에 꽂아둔 너의 추모집을 꺼내어 본다. 네가 쓴 일기, 네가 쓴 플래카드, 너를 잊지 않으려 친구들이 피켓을 들고 노동청 앞에서 두산중공업 앞에서 벌였던 1인 시위며,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청계천 전태일 동상 앞에 너를 위한 작은 촛불을 켜고 소주 한잔을 붓던 밤들……. 그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먹먹한 가슴으로 너를 생각하면, 우백이 너는 “뭐 그깐 일로 풀 죽고 그래!”하며 내 등짝을 한 대 툭 칠 것 같은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우백아! 그렇게 너는 우리 모두에게 힘을 주고 있구나. 네가 이름을 불렀던 사람들, 네가 기억하는 사람들이 어느덧 차가운 경쟁에 지쳐 사람다운 삶의 가치를 잊으려 할 때마다 네 이름이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구나. 어디서든 5월의 푸른 하늘에서는 네가 환하게 웃으며 내려다보겠지. 언제나 착한 너의 웃음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그 순간만큼은 나쁜 생각도 할 수 없을 거야. 우리 모두가 착한 사람으로 기억하는 너, 너도 우리를 언제나 지켜봐 줘. 보고 싶다. 우백아.

2010년 5월 16일

너의 친구 현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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